이미순 대표는 위기란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포기하면 위험만이 존재하지만 도전하면 기회가 엿보인다. 남자들도 힘들다는 여행업계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그녀의 성공전략이다.

Editor 박우현   Photographer 이경직


 

최근 여행 트랜드의 급격한 변화로 전통의 오프라인 여행사들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여행사)와 LCC(Low Cost Carrier, 저비용항공사)의 공세 속에 기존 여행업계의 파이는 점점 작아지는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법칙은 여행업에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다.

누구나 어렵다는 불황속에서도 언제나 빛을 발하는 CEO가 나타나기 마련. 여행업계에서는 비코트립이 이미순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급변하는 업계 상황속에서 비코트립의 성장은 기업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과 같은 모습을 하라

‘여행 전문가’, ‘자유여행 디자이너’라는 별칭으로 더욱 알려진 비코트립 이미순 대표는 다른 분야보다 여성CEO가 드물다는 여행업계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은 케이스이다. 이 대표는 업계 내·외로 불어 닥친 여러 위기 속에서도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트랜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과 같은 모습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 대표가 말하는 적이란 글로벌 OTA를 일컫는다. 최근 여행업의 근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FIT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OTA의 성장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빨라졌다. 더욱이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자국을 넘어 해외 지사 설립도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 이에 따라 기존 로컬 여행사의 사업영역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비코트립의 성장은 수많은 위기 속 생존을 위한 선택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국내 시장 위주의 사업 활동에 한계를 체감한 이 대표는 네트워크 다변화를 위해 과감히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되었고, 그 결과 비코트립은 현재 8개국 9개 지사를 운영하는 글로벌 여행업체로 성장했다. 

또한 비코트립의 근간이 된 ‘호텔인포닷제이피’, ‘호텔재팬닷컴’은 물론, 세계 호텔예약서비스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마이호텔’과 개별여행에 특화된 ‘오마이여행’, 이제는 기업의 캐시 카우로 떠오른 B2B 예약서비스 ‘비코잉’ 등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가정주부 여행업에 뛰어들다

세련된 외모와 흔들림 없는 눈빛, 당당한 말투는 이미순 대표의 진취적인 경영스타일을 가늠하게 한다. 천직이 CEO인 듯한 그녀지만 여행업 진출은 우연하게 이루어졌다. 

“일본계 유통회사에 근무하던 1995년 당시 한신 대지진이 발생하며 갑자기 업무 공백이 찾아왔어요. 이때 동시통역관을 꿈꾸며 일본에 건너오게 되었습니다.”

10년을 기약하며 떠난 일본행은 정확히 10년의 햇수를 채우고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동시통역관이 아닌,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여행사의 CEO가 되어 있었다.

“일본에서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세 아이 모두 그곳에서 낳았어요.”

평범한 가정주부의 생활을 이어나가던 이 대표는 1997년 우연히 남편이 운영하던 랜드사 일을 도우며 여행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이 대표는 회사의 메니지먼트 업무를 맡아 3개월 만에 회사의 빚을 모두 청산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얼마 후 찾아온 IMF를 빚 없이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행운이었다.

“만약 그때 빚 청산이 한 달이라도 늦었다면 지금 여행업을 하지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행업을 이어나가던 이미순 대표는 2006년 그동안의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리고 한국법인 비코티에스를 설립, 본격적인 CEO의 길을 걷게 되었다.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찾아오지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하죠. 저에게 위기는 항상 큰 기회가 되어서 돌아왔던 것 같아요.”

빚 없이 IMF를 맞이한 것도, 한국법인 설립이후 일본의 비자면제가 시행 된 것도 이 대표에게는 위기와 함께 찾아온 기회였다. 그러나 기업의 비전마저 변화시킨 큰 사건은 따로 있었다. 바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였다,

“거짓말처럼 일본 예약이 딱 끊기더군요. 바로 원전 사고가 터진 날 이후부터 였어요.”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은 이 대표가 10년 넘게 여행업에 종사하며 쌓아올린 것들을 한 순간 무너뜨렸다. 해외법인은 물론 100여 명이 넘는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관련 업계 모두가 깊은 실의에 빠진 상황. 이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동안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는 그녀는 이내 사업도, 마음의 병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 원전사고 때문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우리 회사의 네트워크가 다변화 되지 못했기에 타격이 큰 것이었죠. 일본이 힘들다면 다른 나라를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 대표는 비코트립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주 사업 분야였던 호텔 예약서비스를 넘어 항공권 발권은 물론, 현지 랜드 서비스를 수행하는 자유여행, 맞춤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여행사로 거듭났다. 해외 진출도 박차를 가해 홍콩, 상해, 싱가폴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거점에 지사를 설립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사업전개에 힘입어 2013년 비코트립은 수탁액 1,000억 원, 예약 호텔 숙박일수 80만 박을 돌파하는 어엿한 중견 여행업체로 성장했다.

누구보다 당당한 여성 CEO

이 대표는 지난해 비코트립의 글로벌 진출 당위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중국·홍콩을 넘어 동남아시아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이렇게 가는게 맞다’는 핵심을 잡은 한 해였어요.”

이 대표는 올 하반기 두 개의 지사를 더 설립하는 한편, 내년까지 유럽·미주로의 진출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이 독이 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잘 알기에 효율성을 바탕으로 심사숙고 할 계획이라 밝혔다.

여성 CEO로서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힘든 일이다. 능력으로 평가받기 이전, 항상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곤 한다. 이미순 대표도 마찬가지다.

“능력이 있어도 편견은 여전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던 초기, 주변의 편견이 큰 부담이 되었다는 이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여성이라는 인식을 버린다고 밝혔다.

“저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의식하면 상대도 똑같이 의식을 하게 되더군요.”

성격도 스타일도 호탕한 이 대표는 여느 남성보다 당당하게 비즈니스에 임하고 있다. 주변 지인들도 시원시원한 이 대표의 성격에 더욱 신뢰감을 보낸다는 후문이다.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한 기업의 CEO로서 누구보다 막중한 책무를 느낀다. 일찍이 포기하려 했다면 숱하게 닥쳐왔던 위기의 한순간에 모든 것을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포기보다 도전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지금의 비코트립이 증명한다. 언제나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이미순 대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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