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ttitude

민희식 크리에이티브워크 대표 / 에스콰이어 前 편집장 
민희식
크리에이티브워크 대표 / 에스콰이어 前 편집장 

20년 전만 해도 해외에 나가면 일본인 혹은 중국인이냐는 질문이 당연시되던 때가 있었다. 특히 유명 관광지의 경우 다짜고짜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며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을 흔하게 마주쳐야 했다. 그럴 때마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약소국의 설움이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인들이 우리가 앞서 겪었던 굴욕을 느끼는 듯하다. 세계 어딜 가나 현지인들로부터 한국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는 어느 중국 인기 유튜버의 볼멘소리가 애처롭게 들릴 정도다. 중국인들은 초강대국인 미국과 겨루는 G2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막상 해외에서는 소국이라 얕잡아봤던 한국의 인기를 실감하다 보니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모양이다.  
심지어 외모에서도 동아시아인 중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앞서가는 상황이다 보니 속이 쓰릴 만도 하다. 한국인의 평균 신장은 남자 173.3㎝, 여자 160.9㎝로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크고, 일본이 남자 170.7㎝, 여자 157.9㎝로 그 다음 순위를 차지한다. 반면 중국은 인구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169.7㎝, 여자 158.6㎝로 북한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작다. 한국인의 평균 신장은 현재 유럽국가 중에서 포르투갈 사람들과 비슷하며, 중남미 중에서는 멕시코와 브라질 사람들보다 크다. 
키만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최근 한국인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인과 견주어 가장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인의 스타일이 어딘가 남다르다는 평을 받곤 하는데, 그렇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깨끗하고 밝은 얼굴 피부톤에 있다. 아무리 옷을 스타일리시하게 잘 차려입어도 피부톤이 정돈되지 않으면 매력은 반감된다. 여기에는 K-뷰티가 한몫했다. 
한국 화장품 업계는 오래전부터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화장법을 개발해 K-뷰티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많은 브랜드가 피부 미백을 위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대다수 소비자 또한 밝은 피부톤을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러한 한국식 화장법이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논쟁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한국인들이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원래 피부색과 어울리지 않게 백인처럼 피부톤을 너무 하얗게 보정한다는 비난이다. 이를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이라 부르는데, 미백(Whitening)이 백인 모방이라는 비난과, 이 같은 주장이 오히려 백인우월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콤플렉스라는 주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한국인의 화장법이 미백 중심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꼭 백인을 선망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반도에 백인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우리나라 미의 기준은 백옥같이 투명한 피부였다. 또한 세상 물정 모르고 글만 읽는 선비를 백면서생(白面書生)이라 부를 만큼 하얀 얼굴은 부귀와 여유로움을 상징했다. 외국 여성들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인 남성을 구별해내는 기준 역시 밝고 흰 피부 톤이다.  
어쩌다 한국은 K-뷰티로 인해 인종과 젠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히 이 논쟁은 남성 아이돌에게 더 집중된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유교적 영향으로 가부장적 권위주의 이미지가 강했던 동양 남성들에게 탈마초적인 ‘한국 남자’의 부상은 대안적 새 인류의 진화를 알리는 시그널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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